'솜방망이 처분'에 세무조사 대신 과태료 내는 다국적기업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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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분'에 세무조사 대신 과태료 내는 다국적기업 늘어
  • 이상엽 기자
  • 승인 2022.10.1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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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의원 "수입금액별 과태료 구간 세분화로 질문조사권 실효성 높여야"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과태료 액수가 낮은 점을 악용해 과세당국의 질문조사권을 거부하고 과태료로 때우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게티 이미지 뱅크)   

최근 3년간 국세청의 질문·조사를 거부해 과태료를 납부하는 탈세 혐의 기업중 절반이 외국법인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과태료 최대 한도가 2천만원에 불과한 점을 악용해 다국적 기업과 역외 탈세 혐의 기업들이 질문조사권을 거부하고 과태료로 때우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관련 법과 시행령의 개정을 통한 탈세 혐의 기업에 대한 국세청 질문조사권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 의원이 12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세청의 질문조사 및 자료제출 요구 거부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은 328건, 44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외국법인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185건으로 56.4%를 차지했고, 과태료 부과에 이의를 제기해 법원 통보까지 간 경우 중에서는 무려 80.4%가 외국법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수입금액별로 보면 납세의무자의 연간 수입금액이 1천억원 이상인 경우가 건수로는 171건(52%), 과태료 액수로는 34억원(77.3%)으로 대부분을 차지해 매출 규모가 큰 외국법인, 즉 다국적기업이 조사 거부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제88조에 의거해 세무조사와 자료제출 요구 등을 포함한 질문·조사에 대해 거부할 경우 최고 2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국세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납세의무자의 수입금액에 비례해 4개 구간으로 분류해 최소 500만원부터 최대 2천만원의 과태료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매출규모 ‘1천억원 이상’이 과태료 분류기준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아무리 대기업이어도 최대 2천만원의 과태료밖에 부과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다국적기업과 대기업의 질문조사권 거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관련 자료가 국외에 있어 자료수집이 어려운 역외탈세 조사의 경우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집행 거부 등에 대한 내·외국법인, 내·외국인 과태료 부과 건수 (김주영 의원실 제공)

실제로 최근 3년간 과태료를 납부한 법인 243곳 중 76%에 해당하는 185곳은 외국법인으로 나타났다. A 다국적기업 국내법인의 경우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내원천징수세액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과태료 2천만원만 부담하는 방식으로 질문·조사에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천만원인 질문·조사 거부 불응행위 과태료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9년부터 국세청은 질문·조사권 회피 행위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과세 쟁점별·기간별 질문·조사에 대한 불응 행위를 1건의 위반행위로 보고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으나, 법원이 하나의 세무조사 과정에서는 1건의 과태료만 인정했다. 초국적기업인 납세의무자가 질문조사·자료제출 요구를 100번 거절해도 국세청이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2천만원이 최대인 것이다.

한편 독일과 영국 등은 거부에 대해 고액의 벌금, 징역형 등을 부과해 엄정히 대응하고 있다. 독일은 정보제공 및 문서 제출 불응 시 2만5천유로(3천468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시정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부과한다. 고의적으로 거짓을 진술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 영국은 제출 의무를 위반한 경우 최초 300파운드(47만원)를 부과하고, 제출 시까지 매일 60파운드(10만원) 벌금 또는 2년 이하 징역형을 부과한다.

기획재정부도 이러한 한계를 반영해 '2022 세제개편안'에서 과태료 상한을 2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시정 요구에 불응할 시 2억원의 과태료를 추가 부과하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악의적 역외탈세 등을 시도하는 다국적기업·대기업과 소기업을 세심히 구분하고 과태료 부과 기준을 세분화해 소기업 보호와 조사권 실효성 제고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한국세무사회가 주최한 '제24회 한국세무포럼 – 2022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분석 및 평가'에서는 신재현 세무사가 '질문조사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의 문제점과 개선' 발제를 통해, 소기업에게는 최소 500만원이던 과태료가 최소 2천500만원으로 상향됨에 따라 세무조사의 부담이 커지고 최소한의 질문조사 거부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의원은 "악의적으로 세무조사를 거부하는 다국적기업과 대기업의 경우 부담세액에 비하면 1억원의 과태료도 약소해 국세청의 질문·조사권이 무력화될 수 있지만 소기업에게는 갑작스러운 과태료 5배 인상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매출규모에 따라 과태료 구간을 세분화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소기업은 보호하면서도 악의적 역외탈세와 외국대기업의 조사거부에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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