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상습체납자 감치제도 '유명무실'...시행후 감치집행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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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상습체납자 감치제도 '유명무실'...시행후 감치집행 '0건'
  • 이상엽 기자
  • 승인 2022.10.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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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적 세금체납자에도 인신구속은 '머뭇머뭇'
탈세 이미지.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게티 이미지 뱅크)
탈세 이미지.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게티 이미지 뱅크)

고액·상습체납 근절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된 ‘고액·상습체납자 감치제도’가 단 한 차례도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세정보위원회의 의결로 감치대상자로 결정된 대상자는 7명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악의적으로 체납한 규모는 무려 211건, 100억 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처벌의지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갑)은 7일 국세청의 ‘고액상습체납자 감치제도 운영 현황’을 확인한 결과 작년 3명에 이어 올해 신규로 4명이 고액·상습체납자 감치신청 대상자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총 7명의 체납자가 감치대상인 셈인데, 이들 체납건만 합쳐도 체납액수가 100억9천200만 원, 체납건수는 211건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세청의 고액·상습체납자 감치제도는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국세를 3회·1년·2억 원 이상 체납한 사람 중 국세정보위원회가 감치 필요성을 인정한 자에 대해 국세정보위원회 의결을 통해 감치대상자로 결정된다.

(김주영 의원실 제공)
(김주영 의원실 제공)

의결 이후에는 국세청이 검찰에 감치신청을 한 뒤, 검찰은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고 법원에서 감치결정이 내려지면 다시 검찰이 경찰에 감치집행을 지시한다. 이후 경찰이 국세청의 협조를 받아 체납자를 구인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제도 시행 2년동안 지금까지 감치집행이 이뤄진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2년째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국세청은 "실제 집행주체인 검찰·경찰과의 업무협의로 집행이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인신구속을 동반하는 강력한 제재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데다, 검찰·경찰의 집행 의지도 적극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집행이 시작되더라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유사 제도인 양육비 미지급자 감치와 채무 불이행자 감치를 참조하고 있는데, 해당 제도들도 유명무실한 상태이거나 오히려 제도적 걸림돌 취급을 받는 상황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양육비 미지급자 감치의 경우 실집행률은 10%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감치대상자 구인 단계에서 위장전입 등을 통해 주소를 속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대상자가 부재 중이기만 해도 구인 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원의 구인명령은 효력이 6개월밖에 되지 않아 6개월 내에 구인되지 않으면 신청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오히려 감치제도가 처벌의 걸림돌이 된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고액·상습체납자 감치제도 역시 같은 한계를 지닐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도 "아직 감치신청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므로 집행단계를 거치며 상황을 봐야겠지만, 같은 이유로 실제 집행률이 저조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김주영 의원은 "작년의 경우 감치신청 대상자 의결 과정에서 자발적 납세가 이뤄지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악의적으로 체납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를 위해서는 감치제도 전반의 실효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감치신청 대상자로 의결된 4인은 각각 28억8천600만 원(7건), 14억7천700만 원(14건), 7억4천400만 원(14건), 4억4천100만 원(9건)을 체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1명은 체납세금을 압류당하지 않기 위해 위장이혼까지 한 것으로 추정돼 국세청이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감치신청 대상자로 의결된 체납자 3인의 체납액은 모두 48억 원으로 각각 8억2천600만 원(17건), 8억4천만 원(5건), 31억6천200만 원(128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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