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品格)있는 보수(保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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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品格)있는 보수(保守)
  • 이상엽 기자
  • 승인 2020.04.0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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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편집국장
이상엽 편집국장

4·15 총선이 막바지에 돌입한 가운데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막말 파문으로 인근 부천지역 정가가 또한번 들끓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는 이번에도 세월호 막말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차명진 전 의원이었다. 지난해에도 세월호 유가족 막말 파문으로 당원권 3개월 정지를 받았던 그였다.

차마 일일이 옮기기에도 부적절하다 싶을 만큼의 표현으로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공적(公敵)이 됐다. 많은 국민들이 그의 표현에 동조하지 않았지만 그를 따르는 지지자들은 그의 거침없는 언사(?)에 찬사를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4·15 총선에서 통합당 후보로 나선 그가 한 지역방송 토론회에서 한 매체를 인용해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천막에서 문란한 성행위를 했다며 막말을 퍼부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모르되, 거짓이라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발언이었다. 공직 선거에 나서는 후보로서의 자질문제까지 거론하며 당차원에서 즉각 제명조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그의 발언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듯 하다.

과거 진보세력이 투쟁(鬪爭)하는 전사(戰士)의 모습으로 각인되었다면 보수세력은 일종(一種)의 품격(品格)이라는 게 있어왔다. 지킬 것이 많다는 의미에서 파생된 보수(保守)세력에게 있어서 하루아침에 야성(野性)을 갖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그렇다고 국민 대다수의 정서(情緖)에서 벗어나는 막말을 퍼붓는 것이 전사(戰士)요, 투쟁(鬪爭)이라고 믿어 그리 행동했다면 그것은 치기(稚氣)에 불과한 행동에 다름아닐 것이다.

더구나 그의 선거모토가 ‘할 말을 하는 정치인’이었다면 대중(大衆)을 선동(煽動)할 것이 아니라 설득(說得)했어야 옳다. 정도(正道)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품격(品格)있는 보수(保守)의 나팔수가 되었다면 당 지지자들만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느 순간 일부의 지지와 환호에만 집착해 많은 대중(大衆)을 떠나보낸 듯 싶다.

무엇이 그를 그리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평소의 신조(信條)였던 철학(哲學)이었던 가치관(價値觀)이었던 그의 잇따른 막말 파문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용기(勇氣)가 아닌, 만용(蠻勇)에 가까웠다는 것이 그를 바라보는 ‘분별있는 보수’의 대체적인 시각(視覺)이다.

막말 파문으로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강제 아웃당할 위기에 처했다. 아마도 그의 정치생명은 그것으로 종지부(終止符)를 찍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를, 아니 통합당을 지지했던 당원과 지지자들은 하루아침에 통합당의 후보가 없어지는 참사(慘事)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뿐만아니라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돼 투표일까지 깜깜이 선거에 돌입, 가뜩이나 요동칠 판세에 보수정당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중대한 악재(惡材)가 될 것이 자명(自鳴)하다.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한 일반 대중에게 있어 ‘진보냐 보수냐’는 사실 그리 중요치 않은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해도 대중의 정서를 읽어내는 혜안(慧眼)이자 대안(代案)를 제시할 줄 아는 식견(識見)이 없는 정치인은 대중에게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시대정신과 대중의 정서를 읽어내지 못하는 정치인은 도태(淘汰)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게 되는 더 무서운 요소는 ‘막말 정치’다.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막말은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가장 높은 덕목인 도덕성과 연관되는 만큼 그 파급(波及)이 실로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로 품격(品格)있는 보수(保守)의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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