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문화원장, 논문 표절해 "중봉"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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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문화원장, 논문 표절해 "중봉" 강연
  • 강주완
  • 승인 2018.01.1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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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행사에 강사료까지 받아 ... 김포 자존심 먹칠

 

김포문화원장으로서 김포 내 최고 중봉전문가로 자임하고 있는 이하준 원장이 정작 중봉학술세미나에서 강연한 내용 상당 부분이 다른 학자의 연구결과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김포문화원이 주관하여 매년 열리는 김포 대표 축제 중봉문화제의 한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5월 27일 시민회관 다목적홀에서 열린 '중봉학술세미나'에서 이하준 김포문화원장은 역사칼럼니스트 박종평 씨의 논문 ‘간귀와 광인 평가를 마다하지 않았던 탁월한 예언가 중봉 조헌‘을 그대로 베낀 자료집을 만들어 강연을 한 것.

 

 

당시 중봉학술세미나는 이하준 원장의 강연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원장의 강연 제목은 "조헌선생과 역사적 배경 그의 사상에 대한 발표".

 

이 강연에서 이하준 원장은 그동안 중봉 조헌 선생에 대한 강연이 중봉 조헌 선생의 일대기를 위주로 한 위인전 수준이었던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방대한 사료 속에서 중봉 선생에 대한 박제가, 이덕무, 정조 등 후대 인물들의 평가를 발굴, 소개해 내용면에서 호평과 성과를 인정받았다.

 

수많은 사료를 살펴야만 알 수 있는 귀중한 내용들이기에 세미나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하준 원장의 노고에 대해 깊이 감명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이 세미나의 원고는 이하준 원장이 사료를 통해 발굴한 것이 아니라 역사연구가 박종평 씨가 각고의 노력끝에 완성한 원고를 무단 복제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순신 연구가인 박종평 연구가는 이순신 연구 외에 율곡 이이, 화담 서경덕, 남명 조식, 중봉 조헌 등 동시대 학자들에 대한 연구도 병행, 그 연구 결과를 월간중앙에 게재하고 동시에 본인의 블로그에 전재해 놓았다.

 

박 연구가는 중봉 조헌에 대한 저술 ‘간귀와 광인 평가를 마다하지 않았던 탁월한 인물 중봉 조헌’에서 중봉에 대한 여러 성현들의 평가를 발굴해 중봉 선생이 단순한 의병장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 밝히고 있다.

 

저술에는 박제가가 청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와 저술한 <북학의>에서 중봉에 대해 "압록강 동쪽에서 천여 년 동안 중국과 같은 문명을 이루게 하려 한  두 사람 중 하나"라며 "조헌은 단순히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이 아니라 한반도 최고의 개혁사상가"라고 평가한 대목을 소개하고 있다.

 

또, 이덕무가 <앙엽기>에서 "조헌은 140권이 넘는 '주자대전'과 '주자어류'를 통째로 외운 타고난 천재이며, 스스로 스승을 찾아다니고 사색하면서 현실에 적응할 지혜를 키웠다"고 평한 부분도 소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박 연구가는 홍대용, 정조, 이지함, 성혼의 평가를 소개하고 이어 조헌이 꿈꾼 개혁에 대해 기록을 살펴 고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박종평 연구가의 업적을 이하준 원장은 그대로 복제, 중봉학술세미나에서 자신의 연구결과인양 소개한 것이다.

 

이하준 원장이 중봉학술세미나를 위해 만든 자료집은 ▲김포 명칭의 유래 ▲중봉에 대한 후세의 평가 ▲끊임없이 배운 노력형 천재 ▲한반도 최고의 개혁사상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개혁 등 5개 챕터로 구성돼 있다.

 

이하준 원장은 ‘김포 명칭의 유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박종평 연구가의 저술을 그대로 전재하고 있다.

 

특히 박제가의 평, 정조의 평, 이덕무의 평을 소개한 ’중봉에 대한 후세의 평가’와 중봉과 그의 스승을 다룬 ‘끊임없이 배운 노력형 천재’, 선조와 지부상소를 다룬 ‘받아들여지지 않은 개혁’ 등 3개 챕터는 박 연구가의 글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다.

 

이하준 원장은 “중봉 선생에 대한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관련한 논문도 많이 발표했다”며 “당시 세미나 자료집을 만들 때 박 연구가의 것도 참고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하준 원장이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과 그것을 하나하나 꿰어 논문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일. 더욱이 스스로 방대한 사료를 뒤져 중봉과 관련한 부분을 한글로 번역해 소개했다면 어떻게 박 연구가가 번역한 글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이 원장 스스로 말했듯이 이덕무가 저술한 <앙엽기>는 총 33책 71권이나 되는 방대한 책으로 이 가운데 중봉과 관련한 대목을 콕 집어 소개하기란 하루 이틀 내공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

 

중봉 조헌 선생은 김포에서 출생해 임진왜란 당시 700명의 의병과 함께 왜군을 죽음으로 막아 호남을 지켜내 임진왜란 승리의 초석을 일구어낸 공을 세운 구국의 인물로 김포의 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러한 김포에서 중봉 선생을 추모하는 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세미나 강연 내용으로 다른 학자의 원고를 무단 복제해 사용한 것은 학자로서의 양심에서도, 김포시로서도 그 위상이 크게 깎인 참담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하준 원장의 표절 의혹에 대해 박종평 역사연구가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 역시 많은 분들이 공부한 것을 보고, 정리한 것 뿐입니다. 선배 학자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제 글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세상이 하수상해 너도 나도 내 것, 내가 최고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글은 선배 학자들의 공부 결과물의 한 조각일 뿐입니다"라며 "김포의 한 기관장이 제 글을 통해 김포분들에게 조헌 선생의 삶을 전해 주셨다면 그걸로 기쁠 뿐입니다. 하늘에 계신 조헌 선생께서 자신의 꿈과 삶이 고향 김포분들에게 전해 진 것을 아신다면 오히려 좋아하실 듯합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다른 학자가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논문을 무단복제한 것 외에도 문화원 자체 행사에 강사로 나선 원장이 강사료까지 챙겼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봉학술세미나에 지원된 김포시 예산은 152만5천원. 이 예산은 강사료와 자료집 출간으로 사용됐다.

한편, 이하준 원장은 김포 향토사학자 김모 씨가 김포문화원 명의로 발간한 도서에 대해 감수료를 요구해 통장으로 입금받아 경찰조사까지 받았고, 문화원의 가장 큰 역할인 향토사연구소를 원장 취임 직후 폐쇄하는 등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하준 김포문화원장은 중봉선양회 이사장을 거쳐 2013년부터 김포문화원 원장직을 수행해 오고 있다. 임기는 2020년 12월까지. 이 원장은 대곶면 출생으로 명지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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