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년의 무(모)한도전
상태바
아름다운 청년의 무(모)한도전
  • 강주완
  • 승인 2017.12.06 2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장기동 덮밥전문점 ‘청년미소’ 양승준 대표

'청년미소' 양승준 대표

 

요리를 통해 사람들과 情 나누고 싶어”


청년실업률이 10%에 달하고 대졸 실업자만 50만명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일찌감치 자신의 삶의 목표를 정하고 차근차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이가 있다.

 

장기동 가현초등학교 맞은편에 자리잡은 덮밥 전문집 ‘청년미소’의 주인장 양승준 대표가 바로 그다.

 

한 장 남은 달력이 바뀌면 24살이 되는 청년 양승준. 10집이 개업하면 3년 뒤엔 2~3집만 남는다는 그 어려운 식당을 그는 왜 일생의 업으로 삼고 창업에 뛰어 들었을까 궁금해졌다.

 

양승준 대표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마침 눈이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저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각기 다른 모양의 서너 개 테이블과 의자, 한지로 이리저리 모양을 낸 갓을 씌운 등이 달려 있는 아담한 모습이다. 이쁘장한 청년이 환한 미소로 맞는다.

 

■ 음식점 창업, 일단 저지르자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패션의 일종인 스타일리스트를 전공한 양 대표. 부모님이 일찍부터 식당을 운영해 왔기에 음식과 요리는 낯설지 않았다. 학교 졸업 무렵 앞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익숙한 식당, 그 중에서도 평소 제일 맛나게 먹던 덮밥에 생각이 미쳤다. 고민은 잠시,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쁘게 멋을 내는 일식이 마음에 끌렸어요. 전공이 스타일리스트이어서 멋지게 만들 자신도 있었고요. 인터넷에서 덮밥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을 검색하고는 바로 일본으로 건너갔죠. 낮에는 학원에서 요리실습에 전념하고 저녁에는 유명하다는 덮밥집을 찾아 음식 데코레이션과 서비스를 눈여겨보는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덮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배울 것도 많았다. 우선 고슬고슬하게 밥을 짓는 법부터 밥 위에 올리는 고명 만들기, 고명과 밥이 잘 어우러지게 하는 간장소스 만들기 등등.

 

-열심히 배웠다고 해도 일반적으로는 전문식당에서 월급 요리사로 근무하면서 좀 더 배우고 웬만큼 자신 있을 때 창업하지 않나

 

“저지르자고 마음먹었어요. 이리 재고 저리 재 봐야 고민만 깊어지겠죠. 저지르고 나면 얻는 게 있을 것 같았어요. 다들 그렇겠지만 열심히 하고 남과 다르게 하면 살아남을 자신도 있었고요.”

 

밥짓기부터 간장소스 만들기까지 하나도 수월한 게 없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으로부터 식자재 구입 등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시행착오는 끊이지 않았다.

 

“식당의 첫 번째 조건은 ‘맛’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덮밥을 좋아하는지 그것부터 알아내야 했어요. 손님을 맞기 전인 낮시간과 가게가 쉬는 토요일을 이용해 유명하다는 식당마다 찾아가고 인터넷에 올라온 레시피를 따라해보며 끊임없이 저만의 덮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시식은 아르바이트 하는 직원과 동생 몫이지요. 합격하면 곧바로 메뉴에 추가합니다.”

 

-맛있다고 식당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목표를 찾아내 도전하고 있지만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만의 무엇인가가 있어야 할 텐데

 

“저만의 방법은 ‘공유’라고 생각합니다. 손님과 저와의 공유이지요. 덮밥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맛을, 그 다음에는 눈으로, 그 다음에는 마음으로 음식을 드실 수 있게 하는 거죠. 눈을 위해서는 데코레이션을, 마음을 위해서는 매장 분위기와 가격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손님과 주인이 모두 만족하고 흡족할 만한 액수여야 하고 음식을 먹는 동안 서비스에 감동받게 해야 합니다. ”

 

아직 어린 청년이지만 자신만의 철학이 명확하다. 그래서인지 식당 안 분위기는 큰 돈이 들어간 것 같지는 않은데도 스타일이 신선하다. 한 가지 흠이라면 메뉴판이 영 그렇다. 그냥 종이에 손글씨로 써놓고 코팅만 해 놓았다.

 

“처음엔 멋진 메뉴판을 준비했는데 거의 매일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맛에 합격하면 메뉴판에 올리고 하다보니 금새 지저분해 지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바꾸느라 이렇게 됐습니다. 더 이상 추가할 만한 메뉴가 없어지면 제대로 된 메뉴판을 만들어야겠지요. 하지만 청년은 어설픈 게 청년 아닌가요? 메뉴판도 그렇게 봐 주세요.”

 

■ 찾아오는 손님과 정 나누고 싶어

 

몇십 년 정진한 고수들도 할 수록 어렵다고 토로하는 요리사의 세계. 그러다보니 경력이 일천한 양 대표는 새로운 메뉴 개발해야지, 손님들 상대해야지, 장사에 신경 써야지 몸이 바쁘다. 하지만 양 대표는 아직 20대밖에 안 된 젊은이가 가게 안에만 있기는 답답할 터.

 

“친구와 놀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많이 외롭죠. 하지만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평생 일을 찾았으니까요. 돈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제 식당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제가 좋아하고 잘 하는 덮밥으로 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아직 문을 연 지 1년이 채 안 된 ‘청년 미소’. 양승준 대표의 꿈은 야무지다.

 

“1년에 한 번 1주일 동안 가게 문을 닫고 덮밥의 고향인 일본에 가서 새로운 트렌드를 보고 올 계획입니다. 처음 시

 

 작했을 때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곧 1주년인데 가려고요. 그리고 이건 제 마음 속에만 있는 꿈인데요. 말해도 되나

명란 우삼겹 덮밥

요? 제가 힙합가수 ‘딘’의 골수 팬입니다. 어서 제 가게가 유명해져서 딘이 찾아오는 게 꿈입니다. 그러면 정말 좋겠어요.”

 

딘을 왜 좋아하냐는 우문에 “딘의 음악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실험적인 음악을 꾸준히 발표하지요. 그게 너무 좋습니다. 남자인 제가 봐도 매력적이예요.” 양승준 대표의 현답이다.

 

‘청년 미소’가 자랑하는 대표 덮밥은 ‘명란 우삼겹 덮밥’이다. 가격은 8천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