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호준 과장 뉴고려병원 심장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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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장호준 과장 뉴고려병원 심장내과
  • 더김포
  • 승인 2014.03.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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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꽃샘추위 준비는 끝내셨습니까?

 심혈관계 질환의 빈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제 주변에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치료받는 사람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이른바 3고 질환(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심혈관계 질환은 병이 상당히 진행한 후에야 비로소 증상이 발생하는 특성이 있어 실제로 자신의 병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환자가 더 많다. 이러한 무증상 환자가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 시기가 바로 겨울이다.

 

겨울철에는 심혈관계 사고가 타 계절에 비해 평균 25% 가량 더 발생한다. 차가워진 공기가 직접적 원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체내 교감신경이 급격히 항진되는 이른 아침 기상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기후가 따뜻한 지역이라도 겨울철 심혈관계 사망은 똑같이 증가한다는 사실. 큰 일교차가 찬 공기만큼이나 심혈관계 질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겨울철,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갑자기 추위에 맞닥뜨리게 되면 체내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이로 인해 혈압이 급격히 오르며 전신의 혈관이 오그라든다. 혈압이 상승되면 심장 근육에 더 큰 부담이 가해진다. 혈관이 수축되면 혈류량이 감소하고 동맥 속에서 피가 엉겨붙을 위험성이 커진다. 이외에도 겨울철에 호발하는 각종 호흡기 감염은 체내 응고인자의 기능 이상을 일으키고 미세혈관을 손상시켜 심혈관계 사고 발생의 위험성을 높인다. 겨울철에는 운동량이 전반적으로 줄어 몸의 각종 기능이 저하되고 절인 음식을 통해 소금 섭취량이 증가하여 3고 질환, 특히 고혈압이 악화된다.

 

급성 심근경색은 갑자기 ‘억’ 하면서 쓰러지거나 30분 이상 극심한 흉통이 지속되는 양상으로 시작된다. 일단 발병하면 30%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치명적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병원에 도착하여 치료를 받더라도 10%는 심부전으로 결국 사망에 이른다. 구사일생으로 퇴원을 하더라도 영구적인 심장근육 손상이 남아 심부전이나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커지며 결과적으로 수명이 줄어든다. 겨울철 급성 심근경색은 심혈관계 환자들에게 그야말로 예견된 재앙이다.

 

심혈관계 환자는 겨울철 실외에 나갈 때는 옷을 충분히 껴입고 방한용구로 찬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완전무장을 해야 한다. 겨울철 아침운동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등산이나 마라톤 같은 활동을 무리하게 하면 심장에 순간적인 과부하가 걸려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생길 위험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마디로 겨울철에는 조심, 조심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심혈관계 환자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활동 중에 흉부 불편감이나 호흡곤란이 반복된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없던 흉부 불편감이 최근 새로 생겼거나 불편감의 정도가 점차 심해지는 것은 위험신호일 수 있다. 수면중이나 기상 직후,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식사 직후에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혈관계 질환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발생하므로 그 양상만으로 질병의 유무를 구별할 수 없으며 무증상인 경우도 적지 않다. 남자 40세, 여자 50세 이상이면서 최소 하나 이상의 심혈관계 위험인자(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 심혈관계 질환의 가족력)를 가졌다면 잠재적 심혈관계 환자이므로 증상이 생겼을 때 심장내과적 검사를 통해 이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막바지 꽃샘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만간 추위가 풀리면서 일교차가 커질 것이다. 심혈관계 환자에게는 연중 가장 가혹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올해 심혈관 월동 준비에 빈틈이 없었는지 점검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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